서울시 종로구 이화동 9-5번지 일대. 조경인과 마을주민, 그리고 시민이 손을 잡고 골목길에 따스한 바람을 불어넣었다.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이사장 임승빈, 이하 나눔연구원)은 지난 19일 가평꽃동네 식재봉사, 전쟁과여성 인권박물관 정원조성에 이은 세번째 나눔활동을 진행하였다. 조경인과 시민들로 구성된 80여명의 나눔봉사자는 가파른 경사지 위에서 구슬땀을 쓸어올리며, 시종일관 환한 모습이었다.
'이화동 환경나눔 프로젝트’는 서울시 ‘우리 골목길, 우리 손으로 가꾸기 사업’ 중 하나로, 나눔연구원과 종로구가 중심이 되어 금년 5월부터 추진해왔다. 특히 Design L(소장 박준서)을 비롯해, ㈜쌔즈믄(대표 최승호), 서울대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등의 헌신적인 재능기부가 설계부터 조성에 이르기까지 큰 힘으로 작용했다.
처음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주목했던 대상은 ‘이화동 마을주민’이었다. 사실 이화동으로 연상되는 단어는 ‘벽화’이다. 방송을 통해 소개된 이화동 벽화가 유명세를 타며, 많은 사람들이 찾게 된 것. 마을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주민들의 불편도 늘어갔다
그래서 나눔연구원은 조경을 통해 마을 주민의 불편함을 덜어주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되었다. 설계는 박준서 소장(Design L)이 진행하였고, 서울대 학생들의 아이디어도 대상지에 적용시켰다. :namespace prefix = "o" />
박준서 소장은 “많은 사람들이 현재 이화동의 오래된 것을 새롭고 예쁘게 변화시키자고 했다. 미적인 요소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는 마을주민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아름답다’보다는 ‘생기있는’이 어울리는 장소로 컨셉을 정했다”고 설계 주안점을 전했다.
19일 나눔연구원이 조성한 대상지는 2곳이다. 하나는 마을로 올라가는 초입에 있는 쌈지마당이고, 다른 하나는 보∙차도분리가 안된 U자형 도로주변의 경사로와 벽면이다. 특히 후자는 이화동의 대표 경관 중 하나로 손꼽히는 장소이다.
마을 초입에서 접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은 정자목 마당을 떠올리게 한다. 박 소장은 “주민들이 담소를 나누는 장소로 만들고자 했다. 대상지 주변이 경사지이기 때문에, 외지인들이 잠시 앉아서 쉬는 자리도 될 수 있다. 벤치에 앉으면 다양한 식물들도 볼 수 있도록 했고, 주변 주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차폐식재를 하였다.”고 이 곳을 설명했다.
박준서 소장, 최승호 대표
U자형 경사지에는 거동이 불편하거나, 이동에 어려움을 겪던 마을 주민을 위해 계단을 설치하였다. 그동안 노인들은 보도와 차도가 나누어 있지 않은 위험한 길을 돌아서 걸었다. 이 편리한 계단(거미계단)의 제작과 시공을 맡았던 최승호 대표(㈜쌔즈믄)는 “이 곳 대상지는 경사가 심해 노인들의 낙상사고가 빈번히 발생해왔다. 그래서 그들이 쉽게 오르고 내릴 수 있는 시설물 제작에 초점을 맞추었다. 현장 상황에 맞추어 직접 계단을 제작하기 때문에 손이 적지않게 들고 있지만, 마을 주민과 조경분야를 위해 기쁜 마음으로 작업에 임하고 있다.”고 소회를 밝혔다.
노인들의 걸음걸이를 고려해 단 사이의 높낮이를 낮게하였고 대신에 폭은 넓혔다. 벽면에 미관을 해치던 수목류도 정리하였다. 계단 하부와 벽면 곳곳에 식재된 아름다운 초화류는 공간에 생기를 가져다 주었다.
[미니인터뷰] 임승빈 이사장((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시민과 행정, 그 속의 전문가 역할
현대사회의 주민욕구는 날이 갈 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행정만으로 다원화된 욕구를 수용하기가 어려워졌다. 앞으로는 시민과 행정, 그리고 전문가가 함께 손을 잡아야 한다. 나눔연구원의 역할과 가능성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대중과 호흡하며
최근 연구원에서는 100번째 나눔회원을 받았다. 한 여고생이 팩스로 후원신청서를 보내준 것이다. 기특하게 이번 행사에도 직접 참가했다. 젊은세대가 관심을 가졌다는 점에서 고무적이었다.
앞으로 조경분야로 한정해 회원을 확장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내년부터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회원모집과 교육에 주력할 방침이다.
향후 사업계획은?
현재 나눔연구원은 인큐베이팅 단계로 다양한 실험을 통해 경험을 쌓는 과정에 있다. 긴호흡으로 지난 사업들을 분석해 나감으로써 효과적인 활동방향을 모색해 나가고자 한다.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환경조경을 알리는 전국 고등학교 순회 진학지도와 특별강연을 갖는 것도 구상하고 있다. (사)한국조경학회가 제정하는 조경헌장을 토대로 리플렛과 책자를 만들어 교육과 홍보자료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생활 곳곳 녹색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에서 시상하는 녹색나눔대상(가칭) 선정도 우리가 구상하는 것 중 하나다.
조경인에게
지난 1년동안 나눔연구원에 보내준 성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과 후원 부탁드린다.
사진: 권윤구(그룹한 경관생태디자인 연구소), 나창호
공동사진 _ 권윤구, 나창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