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1. 14 라펜트 - "현상공모 문제는 PA 도입으로 처방가능" |
작성일 13-11-20 15: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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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공모 문제는 PA 도입으로 처방가능"나는 설계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Ⅱ
라펜트l기사입력2013-11-14
설계작 리뷰 프로그램 ‘나는 설계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의 목적은 묻히기 쉬운 공모전 참여작 하나하나를 세상 밖으로 내놓음으로써 작품의 가치와 그 속의 조경가 역할을 재조명하자는데 있다.
‘정원이 있는 국민책방’이 기획한 첫 행사에 이어 지난 11일 (사)한국조경사회 주최로 진행된 두번째 시리즈, ‘당인리 서울복합화력발전소 공원화 현상공모 후기(이하 당인리 조경공모)’의 깊숙한 곳에서 건져올릴 수 있었던 것은 당선작 그늘에 가려진 설계 참여작품, 그리고 ‘국내 현상공모 제도의 현재와 미래’였다.
조세환 교수(PA, 한양대 도시대학원 도시경관생태조경전공)
행사는 공모전을 총괄한 전문위원인 조세환 교수(한양대 도시대학원 도시경관생태조경전공)의 특별발표로 시작했다. ‘당인리 공원화설계공모를 통해본 PA제도; 관리에서 서비스 문화’를 주제로 조세환 교수는 PA(총괄전문가)의 역할을 통해 설계공모의 공정성과 질적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리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발주처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한국적 상황에서는 주최측(발주처)과 업무자(설계자) 사이의 가교로서 PA의 존재가 설계공모 문제를 해결하는 처방전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국내 조경 설계공모에서 전문위원이 적용된 사례로는 ‘서울대공원 재조성 국제현상공모(PA 양병이), 광교신도시 호수공원 국제설계공모(PA 임승빈), 동탄 2신도시 워터프론트(PA 임승빈), 용산공원 설계 국제공모(PA 임승빈)’가 있었다. 이들 대부분이 국제공모로 높은 설계비를 걸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그래서 당인리 공모의 경우, 설계비 4.8억 규모의 국내 설계공모에서 조경 PA를 영입함으로써 국내 조경설계공모에 하나의 전례를 남기게 됐다. 조세환 교수도 “앞으로 당인리 공모를 기점으로 다수의 조경설계공모에 PA를 도입해 공정하고 합리적인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당인리 공모의 총괄 PA로서 조세환 교수는 설계참여자를 ‘관리의 대상이 아닌 서비스 대상’으로 삼고자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1년여에 걸친 대상지 조사로 충실한 자료가 내포된 현상공모 설계지침서를 제공한 것을 비롯해 라펜트 등 전문 언론과 포털 사이트 등에 공고를 올리는 등 체계적인 공모전 홍보전략도 수립하였다. 현장설명회도 이벤트화하여 공모전의 인지도를 높였다. 특히 심사의 공정성, 객관성, 전문성 확보를 위한 60여명의 심사위원 POOL 구성 등 심사위원 선정부터 당선작 발표까지 전과정 요소요소에 다양한 장치를 심어두었으며, 설계참여자를 배려한 서비스 전담팀(한양대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 연구소)까지 마련하였다.
조세환 교수는 국내 현상공모의 객관성, 신뢰성, 전문성을 높이는 변화의 첫 걸음이 바로 PA의 제도의 적용을 활성화 시키는데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설계가 실제 대상지에 구현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침 제시, △공정하고 투명한 설계경쟁 유도, △객관성, 전문성이 확보된 심사과정. 이 모든 것을 총괄전문가 제도를 통해 담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주최자에게 응모자(설계자)는 더이상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고객으로서 서비스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며 특별발표를 마쳤다.
이어서 (주)그룹한어소시에이트(김기천 부장), (주)씨토포스(이진영 팀장), 오피스박김(김정윤 대표), 조경설계 이화원(김이식 대표)의 설계참여작 설명이 진행됐다.
공모 당선작인 이화원의 'Blowing Urban-Plant'는 배관에 이물질제거하는 스팀블로잉(Steam Blowing) 작업에서 영감을 받아, 공원조성의 설계개념으로 설정하였다. 설계에서는 이러한 블로잉 과정을 설계개념상 회복과 다층화, 소통의 방식으로 적용하였으며, 실제적으로 작동하는 공원의 경관테마가 되었다.
이를 위한 설계전략에 '자연의 흐름회복 (Natural Blowing), 문화를 담고 비움 (Cultural Blowing), 역사의 흔적 남김 (Historic Blowing), 지역사회와 소통(Social Blowing)'에 켜를 두고, △발전소 부지의 자연성 회복, △문화와 예술, 일상과 비일상의 프로그램을 담는 비움공간 설정, △당인리발전소의 산업유산적 시간성 회복, △지역민에게 일상의 삶 제공 등으로 구체화 시켰다.
김이식 대표는 "답답하게 막혀있는 공간을 열어주고 싶었다. 이 곳이 오브제가 되어서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우리 설계에서는 조형적 나열보다 그 속의 시스템을 존중하였다. 그래서 배관을 형태적인 어휘가 아닌 공간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도시적 관점에서 하나의 기폭제가 되도록 했다."고 밝혔다.
Blowing Urban-Plant
(주)씨토포스와 (주)라이브스케이프가 공동으로 제출한 '서로 다른 두 개의 기관이 작동하는 살아있는 땅을 디자인 한다.'는 당인리 일대의 존재성을 인정하고, 그 맥락을 수용하는 새로운 공원 유형을 제안했다. 발전소로 막혀있던 도시의 흐름을 열게됨으로써 인근 주민들에게 혜택을 되돌려 주자는 것이다. 공원과 도시의 상호작용을 위한 물리적 접근 및 'WEB-APP' 전략, 투어 프로그램도 함께 제시됐다.
이진영 팀장은 "프로젝트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발전소 주변 지역에 판을 이루는 문화를 지키고 키워주는 것이었다."고 설계 주안점을 설명했다.
다른 두 개의 기관이 작동하는 살아있는 땅을 디자인 한다. (주)그룹한 어소시에이트의 테마는 'Chromatic Hole'로, 문화예술창작 자체를 향유할 수 있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를 위해 창작가와 참여자가 자연스러운 소통을 이끌어내면서 체험할 수 있는 문화예술마당을 제안했다. 그 속에는 입체적 지형을 활용한 'Street Gallery(미디어월, 극장, 놀이터)', 발전소 파이프를 사용하여 주민참여를 유도하는 '창작정원' 이 장치돼 있다.
김기천 부장은 "선유도 공원과 당인리 발전소의 차이는 도시 한가운데 발전시설이 유지되는 작동하는 장소이다. 그래서 발전시설이라는 장소성을 강조하되, 문화적인 것을 결합하는 형태로 디자인을 도출하였다. 그래서 주민들로 하여금 이 장소에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이슈화된 장소로 작동시키고자 했다."고 밝혔다.
Chromatic Hole 무엇보다 이 날 객석의 관심은 오피스박김의 ‘Thermal City’로 모아졌다. 플로어의 질문도 집중됐다.
Thermal City는 온도를 조절하는 공원을 컨셉으로 했다. 김정윤 대표는 실제 우리나라 기후 특성상 공원에서 체류가 가능한 시기는 여름과 겨울을 제외하면 2개월에 불과하다며, 온도와 기후를 주제로 설계한 배경을 설명했다.
설계는 화력발전소 위의 공원이라는 이 장소만의 특성을 살린 실질적 활용에 포커스를 맞추었다. 건축물 설계가 나오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조경이기 때문에 만들 수 있는 고유의 시스템을 강조한다면 불확실성에서 적용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도 있었다.
기능성 온도공원의 설계전략으로, 오피스박김은 지형차이를 이용한 바람골 형성, 그림자 식재설계, 공원하부 발전소에서 발생한 온배수를 우회시켜 계단식 지형에 열을 전달하는 온돌벤치를 제시했다.
Thermal City의 강점은 각종 모형과 협업을 통한 실체화된 데이터 제시와 시뮬레이션 결과에 기반한 설계라는 점이다. 대상지 전체에 Thermal Comfort(온도쾌적성) 지수를 도출하고 가장 쾌적한 수준의 온도가 될 수 있는 공간설계에 목표를 두었다. 그 과정은 설계와 분석간 반복적 피드백으로 - 특히 여름과 겨울철 기후에 쾌적한 환경을 만드는데 주안점을 두고 -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Thermal City 각 사의 설명이후 그 외 설계참여사인 '(주)동성엔지니어링, 삼성에버랜드, 조경설계 디원'의 제출작품을 감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마지막 질의응답 시간에는 참여작에 대한 비평에서 설계공모제도 자체에 대한 평가까지 플로어에서 들을 수 있었다.
토의는 이번 현상공모에서 오피스박김의 'Thermal City'가 선정에서 제외된 이유에 초점이 맞춰졌다.
객석에서 소감을 전한 조경가 대부분이 'Thermal City'를 '프로그램을 강요하지 않은 형태적 컨셉이 명료했고, 과학적 데이터를 통한 시뮬레이션으로 공원의 기후조절이 설득력 있게 전달했다.'고 호평했다. 조영철 부장(GS건설)은 "'현상설계라면 이래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참신성과 실험성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반면 황용득 대표(동인조경마당)은 장소성이 어우러졌다면 더 좋은 안이 되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전했다. 당인리가 아닌 기후변화 모델에 관한 현상공모였다면, 당선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러한 논의의 흐름은 현상설계에서 가치판단 기준인 작품의 독창성과 설계지침의 준용으로까지 연결됐다.
이에 대해 조세환 교수는 "오피스박김의 작품은 제출작 중 단연 돋보였다. 심사위원들 점수를 합산해 채점하기 때문에 심사위원마다 보는 시각이 달랐을 수도 있다. 만약 설계를 풀어가는 방법이 지침서의 비전과 목표와 연계해 진행되었으면, 좋은 결실을 거두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현실성과 이상이 적절하게 조화된 설계가 패널 속에 담겨야 한다는 생각도 전했다.
김정윤 대표는 "현상설계에 참여한다라고 한다면, 어떤 결과든 심사결과에 승복해야 된다. 처음부터 엔지니어와 힘을 합쳐 반복적인 피드백을 진행함으로써, 대상지의 적용가능성을 높이고자 했다. 비록 만족할 결과를 얻진 못했지만 우리는 최선을 다했고, 이 경험은 좋은 자산으로 남았다."고 밝혔다.
당선작인 이화원의 작품역시 플로어의 호평을 받았다. 안세헌 대표(가원조경기술사사무소)는 "당연히 당선작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설계의 호흡과 문법, 그리고 발표에 이르기까지 쉽고 명료하게 전달되었다."고 평가했다.
황용득 대표도 "일반 설계프로세스를 충실히 따랐고, 발주처의 지침도 아주 충실하게 소화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렇게 군더더기 없는 설계가 현상설계라는 장르에 적합한 것인지, 또 향후 건축설계가 진행될 경우, 설계안에서 변동되지 말아야 할 기본적인 맥락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용득 대표(동인조경마당)
PA의 역할과 공모방식에 대한 제언도 있었다.
황용득 대표는 설계참여자가 발주처에 전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PA의 역할을 상당히 중요하다고 밝히며, 설계공모 심사와 선정방식 개선에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면, 당선작 선정과정에 토론회와 작품발표가 진행되도록 해야 하고, 심사위원의 점수 합산방식을 보완한 새로운 방식의 평가방식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조세환 교수는 현상공모의 가장 큰 문제는 내부에 깔려있는 불신이라고 했다. 응모자는 주최측에 신뢰가 구축되어 있지 않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라는 것. 결국 발주처, 설계자 그리고 심사위원에 이르기까지 공명정대한 마음자세가 전제되어야 이러한 문제를 성숙하게 해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처음 지침을 만들며 당인리 발전소를 도시재생형 공원으로 설정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조경이 건축과 도시를 극복하고, 공간을 재생시키고 바꿀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기 위해 도시재생형 공원을 당인리 공모 주제로 제안했다. 이는 동시대 조경인에게 절실히 요구되는 패러다임이기도 하다. 조경이 건축과 도시설계로 확장하면 더욱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생태와 기후변화를 다루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인접분야와 경계와 담을 쌓지말고 진취적인 자세로 나아가야 할 때다. 그리고 마침내 당인리 공모가 그 첫단추를 끼웠다. 앞으로 자기혁신을 통해 바람직한 현상공모 모델을 만드는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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