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7. 28 라펜트 - 주목할만한 조경가 12인_제프 스펙 |
작성일 13-07-30 1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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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만한 조경가 12인_제프 스펙Speck & Associates사 대표, 걷기좋은 도시의 선구자라펜트l기사입력2013-07-28
최근 도시는 물론이고 사람들의 발길이 잦지 않았던 시골 마을까지 전 국민적인 관심사가 되고 있는 이슈 중 하나가 이른바 ‘걷기’이다. 서울시를 비롯해 전국의 지방 소도시까지 ‘걷고 싶은 길’을 명소로 만들고 있고, ‘둘레길’, ‘올레길’ 등 ‘걷기’를 테마로 한 관광 상품들도 앞 다투어 등장하고 있다. 과거 좋은 도시를 지칭했던 ‘아름다운 도시’, ‘살기 좋은 도시’ 등 수많은 상징적 표현 가운데 이제 ‘걷고 싶은 도시’가 도시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대세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 ‘걷고 싶은 도시’일까? 임승빈 서울대학교 명예교수가 최근 라펜트에 연재하고 있는 ‘도시사용설명서’에서 “걷고 싶은 길은 걷기 편안하고 매력적인 경관을 가지며, 이제는 보행자의 권리를 찾아야 할 때”라고 주장하며 “우리는 차량에 대한 열렬한 사랑을 이제 떠나보낼 때가 되었고, 조금 불편하더라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쾌적한 도시환경 조성과 건강증진에 기여한다는 인식이 보편화되어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하지만 임 교수의 주장에는 미흡하게도 진정한 의미의 ‘걷고 싶은 도시’ 만들기는 아직도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다. 한때 차량들로 인해 보행자들이 지하터널로 건너야 했던 대한민국의 상징, 광화문 광장에도 횡단보도가 생겨나고 보행 중심의 광장으로 재탄생하며 도시의 풍경이 바뀌어 가고 있지만 여전히 ‘보도블록 깔기’와 ‘광장 만들기’에 그치는 ‘물리적 보행환경’의 개선에 머무는 수준이다. 참의미의 ‘걷고 싶은 도시’를 위해서는 이와 같은 잘 정비된 하드웨어와 더불어, 거리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활동들을 수반할 수 있는 문화적인 소프트웨어 또한 중요하다. 또 무엇보다 애착을 가지고 도시와 거리를 걸으며 가꾸려는 사람들 자체의 노력 또한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자동차가 아니라 사람이 주인인 도시, 장애인과 노약자들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공존의 도시, 차를 타는 것보다 걷는 게 오히려 편리한 도시,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즐겨 걸으며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드는 것이 결국 현대도시의 매력과 경쟁력을 되살리는 길일 것이다. 이번 달에는 미국에서 20여 년에 걸쳐 스마트성장과 지속가능한 디자인에 대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최근 『Walkable City, 걷기 좋은 도시』를 저술하는 등 탁월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조경가 제프 스펙(Jeff Speck)을 소개하고 최근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는 ‘걷고 싶은’ 도시의 발전가능성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제프 스펙 Jeff Speck Speck & Associates사 대표, 미국 도시계획사, 미국조경가협회 명예회원
걷기 좋은 도시는 국가를 부유하게 만들고, 시민을 건강하게 하며, 지구 환경에 덜 파괴적입니다. - 제프 스펙 걷기 좋은 도시(Walkable City)의 선구자 제프 스펙은 윌리엄스 칼리지에서 미술사와 경제학 전공을 수석 졸업하고, 이탈리아 플로렌스의 시라큐스대학 분교에서 르네상스 건축사를 전공했으며, 하버드 건축대학원을 우수하게 졸업하였다. 이후 10여 년간 Duany, Plater-Zyberk & Company(DPZ)의 타운플래닝 디렉터를 역임하였으며, 2003~2007년 동안 미국 국립예술기금의 디자인 디렉터로 임명되어, ‘도시디자인을 위한 시장 협의회’를 이끌었으며, ‘커뮤니티디자인을 위한 주지사 협의회’를 창설하였다. 현재는 Speck & Associates사를 설립해 주로 저술, 강연, 공공기관에 대한 컨설팅 서비스 활동을 하고 있으며, 스마트성장과 지속가능한 디자인에 대해 주로 관료집단과 부동산 개발기업에 대한 자문을 맡고 있다. 주요 프로젝트로는 매사추세츠 로웰시의 다운타운 계획, 6개 도시의 워커빌리티걷기 좋은 정도에 대한 비교 연구, 롱아일랜드 바빌론의 대중교통 위주의 타운 계획, 오클라호마시티 다운타운 50개 블록의 거리환경을 개선하는 프로젝트 180 등이 있다. 『메트로폴리스』 매거진의 편집기자를 맡고 있으며, 미 국토방위국의 지속가능성 추진본부의 자문을 맡고 있다. 안드레스 두아니, 엘리자베스 플래터자이벅과 함께, 『Suburban Nation: The Rise of Sprawl and the Decline of the American Dream, The Smart Growth Manual』을 공동 저술했으며, 최근 『Walkable City: How Downtown Can Save America, One Step at a Time』을 출간했다. 최근 국내외를 막론하고 걷는 도시에 관한 논의가 쟁점이 되고 있다. 언론인 데이빗 오웬의 『그린 메트로폴리스』, 경제학자 에드워드 글레이저의 『도시의 승리』 등은 고밀도 휴먼스케일 도시가 창출할 수 있는 경제적 번영과 삶의 질을 체계적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미국 도시계획 전문가 그룹에서 이미 상식으로 자리 잡은 스마트성장, 뉴어바니즘 운동은 이러한 연구 결과들을 현실에서 구현하는 방법론을 구체화시키고 있다. 한편 브리티쉬 콜롬비아대학의 로렌스 프랭크 등 오픈스페이스, 도시구조와 공중 보건의 관계에 관심을 가진 조경학자들 또한 걷는 도시의 사회적 효용을 증명하는 정량적 연구들을 축적해 왔다. 실상, 인간 위주의 걷는 도시에 대한 논의는 신문기자이자 언론인이었던 제인 제이콥스의 기념비적 저작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 이후 반세기 이상 꾸준히 이어져왔다. 특이한 것은 이러한 전통의 대표적 계승자들이 도시에 대한 전문가를 자처하는 건축, 도시, 조경 설계가 혹은 계획가들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대개 도시의 미래와 비전을 이야기하는 계획-설계-이론가들에 반해, 걷는 도시에 대한 통찰은 주로 있는 그대로의 도시 현실을 ‘관찰’하고자 하는 사람들로부터 나왔다. 뉴욕 시그램 빌딩 플라자에서 인류학적 참여관찰 방법론을 통해 ‘The Social Life of Small Urban Spaces’라는 다큐멘터리 필름과 동명의 책을 출간한 윌리엄 화이트, 그 전통을 잇는 ‘Project for Public Spaces’의 프레드 켄트, 스마트성장의 대표자인 패리스 글렌더닝, 그리고 루이스 멈포드, 아다 루이즈 헉스터블, 크리스토퍼 레인버거, 데이빗 오웬, 에드워드 글레이저 등은 모두 저술가, 인문학자, 언론인, 경제학자, 정치가들이다. 심지어, 덴마크의 대표적인 도시이론가이자 건축가인 얀 겔 또한 도시에 대한 비평적 관심이 심리학자였던 부인과의 대화에서부터 시작하였다고 고백하고 있다. 어바니즘 연구자 비톨드 립친스키가 지적하듯, 계획가와 설계가 등 디자인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은 현실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 없이 성급히 설익은 결론부터 내려는 경향이 있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이런 점에서, 제프 스펙의 최근작, 『Walkable City』는 르네상스 미술과 건축설계를 전공하고 도시계획가로서 활동하고 있는 저자가 실무자의 입장에서 걷는 도시에 대한 깊은 문화적, 사회적 통찰을 제시하는 책이라는 점에서 무척 인상적이다. 이 책은 도시계획과 설계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실제 내용은 인류학과 사회심리학적인 관찰과 반성적 고찰로 채워져 있다. 미국과 한국 도시의 사정이 많이 다르지만, 이 책이 여전히 와닿는 이유도 바로 어떤 곳에 살고 있든 사람들의 욕구와 필요는 기본적으로 동일하기 때문이며, 글로벌 스케일의 문화 변동과 경제적 토대의 변화가 주요 산업국가들에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걷는 도시에 대한 관심은 미국과 한국에서 거의 동시간적이다.
©Speck & Associates 국내에서도 최근 제인 제이콥스, 크리스토퍼 알렉산더 등의 고전적 저작들이 번역되었으며, 걷는 도시의 관점에서 선진국 주요 도시들을 조망하고 서울 및 한국의 도시구조를 비판적 관점에서 성찰하고자 하는 시도가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기존에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조성되었던 ‘걷고 싶은 길’이 일차원적인 조경 요소의 도입에 그쳤고, 실제적으로 물리적 형태에 대한 고민에서 벗어나지 못해, 제한된 성과에 머물렀다는 견해도 있다. 그 대안으로 다수의 건축·도시비평가들은 걷고 싶은 길의 아이디어를 놓쳐버리거나 간과한 도시성, 밀도, 상업활동, 도시설계적 요소들을 거론하며, 도시 재생의 차원에서 걷는 도시의 르네상스를 이끌고 있지만, 필자에 따라 각기 특정한 부분만을 강조하며 전체적이며 총체적인 시각을 놓쳐버리는 경우를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제프 스펙의 걷는 도시 논의가 시사하는 가장 우선적인 특징은, 도시 문제와 걷는 도시란 그렇게 한두 가지 처방으로 해결될 만큼 간단한 사안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지는데, 전반부에서는 왜 걷는 도시가 중요한지를 논하고, 후반부에서는 걷는 도시를 만들기 위한 해법이 10가지로 분류되어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걷는 도시의 문제는 어떠한 결정적 해결책이 아니라, 수많은 복합적인 사회현상과 결부되어 있는 폭넓고 좋은 디자인 솔루션으로만 비로소 가능하다는 것”이 기저에 깔린 메시지이며, 설계가들이 저지르기 쉬운 설익은 대안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Speck & Associates 제프 스펙과의 인터뷰(7월 30일 예정)는 우리나라에서 잘못 시행되고 있는 로드다이어트 등 도시계획의 기본 개념들에 대해 정확하고 근본적인 방향과 원리를 제시해 주며, 어바니스트의 입장에서 대규모 공원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제시하고 있는 점이 흥미롭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분당과 일산 그리고 이후에 이어진 다수의 신도시, 혹은 재개발에서 대규모 블록과, 분리된 용도구역, 중앙에 배치된 공원 등 미국식의 자동차 위주 도시모형을 답습해왔다. 제프 스펙은 DPZ에서의 타운플래닝 실무와 미국 국립예술기금의 공직을 거치며, 이러한 도시를 수술해 걷기 좋은 도시로 탈바꿈시키는 역할을 해 왔고, 이 저서를 통해 미국의 잘못된 과거를 따르고 있는 세계 유수의 도시들에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진정으로 걷기 좋은 도시 환경을 고민하는 조경가들에게 큰 시사점을 주고 있다.
©최이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