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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스뷰파크 국제설계경기의 몇가지 풍경

작성일 06-11-01 13:44

변화하는 조경 /

변화의 시대, 조경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의 조경 설계는 변화의 몸살을 앓고 있는 삶과 문화의 지평에 역동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문제는 조경의 변신이 정보와 환경으로 대변되는 21세기의 화두에 과연 적절하게 결합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삶으로부터 유리된 허위 자연의 이미지를 양산해 온 장식술의 굴레를 벗어나 문화의 중심에서 삶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반응할 수 있는 조경 행위의 지점을 포착하는 것, 그것이 곧 변화의 초점일 것이다.

변화의 운동은 반성에 기반을 둔다. 이미 20세기말부터 준비되어 온 조경의 변신 프로젝트는 옴스테드식 조경의 극복에서 출발했다. 1858년, 센트럴파크 설계 공모전, 옴스테드와 보의 그린스워드안―그 유산은 미국의 모든 도시는 물론 유럽과 제 3세계의 대다수 도시에 아름답고 평화로운 목가적 피난처를 제공해 주었다. 피난처 공원은 100년 이상의 세월을 통해 무너뜨리기 어려운 공고한 도그마가 된다: 도시의 한복판에 놓인 자연의 섬, 그러나 황금새장에 갇힌 신비화된 자연.


붕괴의 조짐은 1980년대의 파리에서 싹튼다. 라빌레뜨파크 설계 공모전―버나드 츄미의 당선작은 옴스테드 브랜드를 벗어버리고 동시대의 문화와 대화할 수 있는 진보적 공원 모델을 선보였다. 그러나 라빌레뜨의 정신보다는 겉모습을 복제하는데 치중하는 또 하나의 유행이 파도를 탄다. 20세기말의 조경은 반픽춰레스크의 노선을 표방했지만 형태중심적이라는 의혹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여기에 생태 만능주의를 배경에 깐 전통적인 녹색 신화가 형태와 패턴 실험 위주의 조경과 팽팽한 긴장 관계를 유지하며 경합해 온 양상이다.

2000년, 우리는 다운스뷰파크 국제설계경기(Downsview Park International Design Competition)에 주목한다. 센트럴파크와 라빌레뜨파크 모두를 거부한다는 슬로건 때문만은 아니다. 다운스뷰파크에서 우리는 변화하고 있는 조경 설계의 단면들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운스뷰파크 국제설계경기
비평가들은 다운스뷰파크가 센트럴파크와 라빌레뜨파크에 이어 조경의 패러다임을 바꿀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는 주최측이 내건 설계경기의 공식적인 목적에서도 단적으로 드러난다 : "부지의 사회적·자연적 역사에 합당한 '혁신적' 디자인 안을 진작시키는 동시에, 새로운 생태계를 지원하고 증가하는 공공의 이용과 이벤트를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경관'으로 부지의 잠재력을 개발한다." 부지중심적(site-specific) 설계에 기반을 두되 21세기형 '새로운 경관' 모델 또한 제시할 수 있는 실험적 디자인이 참여작에게 요청된 필요조건인 것이다.

토론토의 다운스뷰파크 부지는 1940년대이래 캐나다 공군기지가 자리잡고 있던 320에이커의 큰 땅덩어리이다. 공군기지가 들어설 무렵에는 토론토의 변두리였지만 현재는 도시의 중심부가 되었으며, 1994년 기지가 폐쇄되었다. 1996년부터 일반에게 공개되기 시작한 이 부지는 1999년 캐나다 최초의 국립도시공원을 지향하며 국제설계경기에 부쳐졌다. 22개국의 179개 팀이 제안서를 제출했고(1999년 10월 6일), 그 중 5개 팀이 1차로 선정되었다(1999년 11월 26일). 이 다섯 팀은 각각 10만 불을 미리 지원받고 최종 결선을 벌였으며, 다섯 명으로 구성된 결선 심사위원들은 2000년 5월말 렘 쿨하스/OMA+브루스 마우 디자인+올레슨 워랜드+인사이드/아웃사이드 팀의 작품 <나무 도시 Tree City>를 최종 당선작으로 선정하여 발표하였다. 15년간 총 1억 4천 5백만 불의 예산이 투입되어 조성될 다운스뷰파크는 2001년 6월 착공될 예정이다.

다섯 팀의 최종 결선 작품은 지난 11월 13일부터 뉴욕의 밴 알렌 인스티튜트(Van Alen Institute)에서 전시됨으로써 대중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으며, 유수의 건축, 도시, 조경 관련 저널들이 곧 다운스뷰파크를 특집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Landscape Architecture와 Harvard Design Magazine 근간호가 다운스뷰파크를 특집으로 다룰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서는 관련 정보를 다음 책자와 웹사이트에서 우선 구할 수 있다. Van Alen Report 8(2000), www.parcdownsviewpark.ca, www.juncus.com 등.

라빌레뜨에서 버나드 츄미에게 석패한 렘 쿨하스에게 20년 후 다운스뷰의 영광이 돌아갔다는 점도 흥미롭지만, 그보다는 변화하는 조경의 지형을 다운스뷰파크 국제설계경기에서 독해하고자 하는데 이론적·실천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중이다.

◈ 결선심사위원
Kurt Forster, Director, Canadian Centre for Architecture, Montreal
Ydessa Hendeles, Director & Curator, Ydessa Hendeles Art Foundation, Toronto
Cornelia Hahn Oberlander, Landscape Architect, Vancouver
Terence Riley, Chief Curator of Architecture and Design,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Gerald Sheff, Chairman & CEO, Gluskin Sheff & Associates, Toronto


◈ 결선 출품작과 팀
Emergent Landscape
Brown and Storey Architects, Toronto
Emergent Ecologies
James Corner / Field Operations, Philadelphia Stan Allen Architect, New York
A New Synthetic Landscape
Foreign Office Architects, Tokyo
Kuwabara Payne McKenna
Blumberg Architecs, Toronto
Tom Leader and James Haig
Streeter of Peter Walker and Partners Landscape Architects, Berkley
Tree City - the Winning Entry
Rem Koolhaas, Office for Metropolitan Architecture, Rotterdam
Bruce Mau Design, Toronto
Oleson Worland Architect, Toronto
Inside / Outside, Amsterdam
The Digital and the Coyote
Bernard Tschumi Architects, New York
Dereck Revington Studio, Toronto
Sterling Finlayson Architects, Toronto

조경 설계의 죽음 또는 부활
다운스뷰파크 설계경기는 단순한 하나의 이벤트로 종결되지 않을 것이다. 다운스뷰파크는 완공 시점인 2015년까지 계속 진화할 것이다. 15년 후의 시대는 어떠한 무대와 상황으로 조경가를 초대할 것인가. 다운스뷰파크의 여파에 비평의 시각을 투입하는 일은 우리에게 남겨진 앞으로의 과제이다. 우선의 과제는 다운스뷰파크 설계경기에 용해되어 있는 동시대 조경 설계의 변화 양상을 조감하는 일이다.

첫째, 다운스뷰파크 프로젝트는 도시 공원의 역할 변동을 예증해 준다. 회색 도시의 콘크리트 숲 속에서 잠시나마 전원의 평화로움과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는 19세기적 공원관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이다. 20세기를 통틀어 공원은 도시 발전의 동반자였다. 그러나 도시의 수평적 확산과 교외의 발달은 목가적 공원의 역할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이제 공원은 도시의 부정적인 면을 완화시켜주는 주변부적 공간 요소가 아니라 변화하는 도시의 문화 구조와 호흡하며 상호 개입할 수 있는 역동적인 장소로 변모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도시가 곧 공원이고 공원이 곧 도시라는 다운스뷰파크의 선언에서 우리는 도시 공원의 미래상을 간파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이러한 변신 프로젝트의 배경이 되고 있는 광범위한 패러다임 전이에 주목해야 한다. 서구의 근대적 사고의 소산인 자연-문화 이원론이 붕괴되고 있다는 것이다. 자연은 조경 행위의 정체성을 보장해 주는 이념적 장치로 오랫동안 기능해 왔다. 그러나 그러할 때의 자연은 인간의 삶과 문화로부터 동떨어진 신비의 영역이었고 조경은 녹색 자연의 신화를 공고히 구축하는데 복무해 왔다. 이제 그 효력을 상실하고 있는 이러한 자연 이미지를 교정해야 할 숙제가 조경 설계에 던져졌다. 당선작 <나무 도시>는 나무가 있는 도시가 아니다. '나무'와 '도시'가 은유하는 것은 분리된 구도의 자연과 문화가 아니라 문화적 자연의 구축에 참여하는 구성 성분으로서의 자연과 문화이다. 제임스 코너 팀이 선언한 "문화로서의 자연" 또한 같은 맥락에서 파악할 수 있다. 자연과 문화의 역동적 개입을 가능하게 하는 매개체가 곧 공원인 것이다.

셋째, 다양한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는 조경 설계의 방법 또는 접근 방식을 이해하고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결선 경쟁작 다섯 작품은 전통적인 조사·분석·설계의 과정을 통해 마스터플랜을 생산하는 설계 방법을 지양하고 프로그램과 프로세스 위주의 열린(open-ended) 접근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이러한 접근은 자극적인 형태와 새로운 패턴을 만들어내는데 골몰해 왔던 최근의 경향에 조종을 울리고 있기도 하다. 또한 고정된 시점의 완결된 설계안을 마련하는 설계보다는 부지의 맥락을 존중하고 시간의 변화에 유연하게 반응할 수 있는 유동적 설계안이 더 현실적임을 대변하고 있기도 하다.

넷째, 도시의 인프라스트럭처가 조경 설계의 새로운 대상으로 대두되고 있는 현상의 의미를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다운스뷰파크 부지가 캐나다 공군의 토론토 기지였다는 점에서도 나타나듯, 세계의 많은 도시들은 산업 구조의 재편에 따른 공간 구조의 변화를 겪고 있다. 항구, 공항, 도로, 교량, 공장 등과 같은 인프라스트럭처가 버려진 땅으로 변모해가고 있으며 이러한 시설에 대한 리노베이션 요구가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이미 공장 부지에 대한 재설계 프로젝트는 멀게는 리차드 하그의 개스워크파크로부터 최근에는 피터 라츠의 엠셔파크에 이르기까지 조경의 중요한 일감이 된 지 오래다. 라빌레뜨파크나 시트로엥파크 또한 기존 부지의 역사와 지층을 토대로 한 리노베이션의 성과이다. 비록 판박이 공원의 재판으로 마무리되기는 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공장 및 시설이적지 공원화사업'이 주목을 끈 적이 있음을 기억하자. West8의 아드리안 구에즈에게 국제적 명성을 안겨준 것 역시 인프라스트럭처 경관 디자인이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전통적 영역의 붕괴가 함의하는 바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출품작 모두에서 드러나듯 건축과 조경의 전통적인 경계는 이미 유효하지 않다. 경계의 파기와 영역의 혼성은 조경적 건축으로 또는 건축적 조경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이러한 변화의 이면에는 인위적 구분의 부조리함에 대한 인식이 자리한다. 그것은 곧 자연과 문화의 접점에서 진정한 조경 행위를 탐색하고자 하는 실험이기도 하다. 다양한 분야의 경계를 넘나들며 그 접점의 복잡한 상황과 맥락을 유연하게 조절하고 결합시킬 수 있는 코디네이터, 조경 잘 하는 사람의 다른 이름일 것이다.

변화하는 조경의 새로운 지형에서 우리는 전통적 조경 설계의 죽음을 목격한다. 우리가 지금까지 생각해 온 조경은 '조경!'이다. 절대주의의 아이콘 !를 단 조경은 이제 죽음을 맞고 있다. 변화의 시대는 조경의 변신을 요청한다. 우리는 이러한 변신 프로젝트를 이끌 동력을 마련해가야 한다. 그러할 때 해체된 조경의 흔적 위에서 조경은 '조경?'으로 부활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다운스뷰파크 설계경기에서 부활하는 조경, '조경?'의 미래를 짐작할 수 있다.
 
<출처 : 환경과 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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